부동산 시장은 물과 같아서 막으면 막을수록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와 용산구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재지정되면서 약 40만 가구가 규제의 틀 안에 갇혔는데요. 이런 강력한 규제가 시행될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틈새시장'의 부상이죠.
20년 넘게 부동산 시장을 지켜봐온 제가 보기에, 이번 규제 이후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과거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자 사람들은 더 창의적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어요. 오늘은 요즘 주목받고 있는 세 가지 부동산 틈새시장에 대해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아파트는 멈췄지만, 연립·다세대는 활발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이제 정말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하고, 자금조달 계획서도 제출해야 하며, 허가 신청까지 해야 하죠. 이런 규제가 얼마나 거래를 막았는지,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거래는 단 23건에 불과했어요. 4개 구에서 하루 평균 1건 정도 거래된 셈이죠. 서초구는 심지어 아파트 거래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해요. 이건 정말 '거래 중단'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기간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의 거래는 총 80건으로 아파트보다 3배 이상 활발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서초구는 아파트 거래가 0건인 반면, 연립·다세대는 11건이나 거래됐어요. 송파구와 용산구도 각각 34건, 13건의 연립·다세대 거래가 있었고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아파트에는 적용되지만,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 같은 비아파트 주거시설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제가 최근 만난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은 아파트 매물 문의보다 연립주택이나 빌라 문의가 훨씬 많아요. 특히 강남이나 서초의 저층 주택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자금력 있는 분들은 오히려 이런 규제를 기회로 보고 빌라 매입에 적극적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지역은 서초구의 방배동, 강남구의 논현동, 송파구의 잠실동 일대입니다. 이 지역들은 아파트 시세가 워낙 높아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나 다세대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게다가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오래된 다세대나 연립주택은 잠재적 가치가 더 크게 평가받는 추세입니다.
법원 경매,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린다
두 번째로 주목받는 틈새시장은 '법원 경매'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부동산이라도 법원 경매를 통해 낙찰받으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법원 경매는 일종의 '합법적인 예외'인 셈이죠.
게다가 경매물건은 보통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고, 대부분 6개월 전 시세를 기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최근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특성이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요.
실제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볼까요?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 전용 131㎡는 감정가 25억400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최종 31억7600만원(감정가 대비 125%)에 낙찰됐습니다. 강남구 청담동 '건영아파트'도 감정가 30억3000만원보다 훨씬 높은 38억원 이상에 낙찰됐어요.
이런 높은 낙찰가율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수요자들이 "지금이라도 물건을 잡아야 한다"는 심리를 갖고 있다는 거예요. 일반 매매시장에서는 규제 때문에 움직일 수 없으니,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죠.
제가 최근 경매 현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반 매매로는 강남에 투자하기 너무 까다로워졌어요. 실거주할 계획도 없는데 2년 동안 묶여있을 순 없잖아요. 경매는 그런 제약이 없어서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됩니다."
물론 경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닙니다. 권리분석이나 입찰 전략 같은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물건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이런 진입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면, 규제 시대에 오히려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장임은 분명합니다.
보류지, 규제 없는 프리미엄 부동산
마지막으로 살펴볼 틈새시장은 '보류지'입니다. 보류지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조합이 일부러 남겨둔 물량으로, 나중에 높은 가격에 팔아 조합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비상금' 같은 존재예요. 이 보류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더라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실거주 의무도 없습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사례는 서초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의 보류지 공개 입찰이었습니다. 조합이 내놓은 보류지 29가구 중 59㎡ 타입의 최저 입찰가가 무려 35억원이었어요. 놀라운 점은 이 가격이 동일 단지 입주권 최고 거래가(32억원)보다도 높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입찰 경쟁이 치열했다고 해요. 왜 그랬을까요? 보류지는 이미 지어진 신축 아파트이고, 규제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곧바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강남권에서 새 아파트를 규제 없이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보류지는 프리미엄을 주더라도 사려는 수요가 있어요. 특히 자금력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시간을 사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건축 과정 없이 바로 새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고, 규제도 피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보류지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가격대가 워낙 높고, 공급량도 제한적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특성이 오히려 '희소성'을 만들어내고, 이는 다시 가격 프리미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규제의 풍선효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렇게 세 가지 틈새시장을 살펴보니, 하나의 공통점이 보입니다. 바로 '규제를 피해 움직이는 자금의 흐름'이죠. 마치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아파트 시장을 규제하자 비아파트, 경매, 보류지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첫째, 규제는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촘촘한 규제망을 짜더라도, 시장은 항상 그 틈을 찾아내게 되어 있어요. 둘째, 이런 틈새시장의 존재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죠.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틈새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정보력과 자금력이 뛰어난 투자자들이에요. 반면 실수요자들은 이런 틈새를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자칫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 요소입니다.
또한 틈새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과열될 경우, 결국 새로운 규제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아파트 주거시설도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경매를 통한 취득에도 제약을 가하는 방식으로요.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시장은 더욱 경직되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틈새시장, 현명하게 접근하기
지금까지 살펴본 틈새시장들은 분명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각자의 상황과 목적에 맞게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해요. 간단한 조언을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연립·다세대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입지와 건물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세요. 특히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오래된 연립주택은 미래 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본적인 주거 환경(소음, 일조권, 주차 등)도 빼놓지 말고 체크해야 해요.
둘째, 경매에 도전한다면 충분한 준비와 공부가 필수입니다. 권리관계 분석, 시세 조사, 입찰 전략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특히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소액 물건부터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셋째, 보류지는 접근성은 낮지만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높은 시장입니다. 관심이 있다면 재건축·재개발 일정을 미리 파악하고, 조합의 보류지 판매 계획을 주시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만, 높은 가격대를 감안해 자금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규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세요. 오늘의 틈새가 내일은 또 다른 규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는 단기적인 시각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틈새를 보는 안목이 중요한 때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변화무쌍합니다. 특히 규제가 강화되는 시기일수록, 시장의 흐름을 읽고 그 틈새를 발견하는 안목이 중요해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규제를 피하기 위한 투기적 접근보다는, 자신의 목적과 상황에 맞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입니다.
연립·다세대, 경매, 보류지라는 세 가지 틈새시장은 각각의 특성과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규제 속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 그리고 규제의 변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물과 같습니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으로 흐르게 마련이죠. 중요한 것은 그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가는 지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