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김없이 다시 부동산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데요. 재미있는 점은 여야 모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법이 완전히 다르죠. 국민의힘은 '민간 주도'를, 민주당은 '공공 주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20년 넘게 지켜봐온 전문가로서, 오늘은 양당의 부동산 공약을 비교해보고 이것이 우리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공약의 그럴듯한 말들 너머에 숨겨진 진짜 의미, 그리고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까지 알기 쉽게 풀어볼게요.
공급은 늘리되, 어떻게 늘릴 것인가
두 당의 공약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목표예요. 그동안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공급 부족'이 지목되어 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방법에서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민간 중심'의 공급 확대를 주장합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같은 땅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의 크기)을 높이며, 세금 혜택을 강화해 민간 건설사와 투자자들이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에요.
구체적으로 보면, 1기 신도시(분당, 일산 등) 특별법을 개정해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하고,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민간의 자율성과 시장 원리를 중시하는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반면 민주당은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를 내세웁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직접 나서서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여기에는 청년주택, 장기임대, 행복주택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주당의 접근은 주택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기본권'으로 보는 시각에 가깝습니다. 시장에만 맡겨두면 집값이 오르고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공공이 적극 개입해 안정적인 주택 공급과 가격 통제에 나서겠다는 거죠.
제가 부동산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느낀 점은, 어느 한쪽만으로는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민간의 효율성과 공공의 안정성이 균형을 이룰 때 가장 이상적인데, 현실에서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재건축·재개발, 얼마나 쉬워질까
주택 공급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정비사업', 즉 재건축과 재개발입니다. 특히 서울처럼 개발할 땅이 부족한 도시에서는 낡은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 것이 주택 공급의 중요한 방법이죠.
국민의힘은 정비사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현재는 조합 설립부터 착공까지 평균 10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5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에요. 구체적으로는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고, 각종 심의 절차를 줄이며, 2/3 동의만으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용적률 상향도 주요 공약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250%였던 용적률을 350%까지 올리면, 같은 땅에 1.4배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게 되죠. 이는 분양가 인하 효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정비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대신 '공공 재개발'이나 '공공 재건축'처럼 공공기관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선호해요. 이런 방식은 사업 속도는 다소 느릴 수 있지만,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최근 상담한 재건축 조합의 한 이사는 이렇게 말했어요. "규제가 풀리면 사업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그만큼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어요. 결국 실수요자들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복합적인 요소를 봐야 합니다." 이처럼 정비사업은 단순히 '규제를 풀면 좋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입니다.
세금 정책, 누구에게 유리할까
부동산 시장에서 세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레버입니다. 두 당의 세금 공약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요.
국민의힘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완화를 주장합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완화해 매물이 시장에 더 많이 나오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에요.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다주택자에 대한 높은 세금이 '매물 잠김' 현상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완화나 폐지를 검토 중입니다. 이 제도는 재건축으로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국가가 환수하는 것인데, 이것이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비판이 있었죠.
반면 민주당은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에게는 세금 부담을 줄이되,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적정 수준의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적절한 과세를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예요.
또한 이익공유형 모기지나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통해 주거 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계획도 있습니다.
이런 세금 정책의 차이는 결국 '부동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투자 대상으로 볼 것인지, 기본적인 생활 공간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세금 정책의 방향성도 달라지는 것이죠.
두 정책이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
이런 정책 차이는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먼저 국민의힘 공약대로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활성화되고 주택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이나 1기 신도시 같은, 재건축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시장 원리에 맡기다 보니 분양가가 오를 수 있고, 투기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금 부담이 줄어들면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늘어날 수 있지만, 동시에 투자 목적의 구매도 늘어날 수 있어요.
제가 만난 한 부동산 투자자는 "규제가 풀리면 당연히 시장이 활기를 띨 텐데, 그만큼 가격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공약대로 된다면, 공공임대주택이나 청년주택 같은 '저렴한 주택'의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주거 취약계층이나 청년, 신혼부부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 수 있어요.
다만, 공공 주도 방식은 속도가 느리고 관료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금 강화 정책으로 인해 매물 잠김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어요.
현장에서 만난 한 청년은 "공공임대주택이 많아지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현실적인 우려를 표했습니다.
공약 너머에 있는 진짜 질문들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집을 얼마나 많이 지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들이 숨어 있어요.
첫째, "주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투자 상품인가, 기본권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둘째,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아직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또는 투자자를 위한 것인가, 실수요자를 위한 것인가?
셋째, "실현 가능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도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예산, 법적 제약, 시장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이행 가능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저는 20년 넘게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며, 어느 한쪽의 극단적인 정책보다는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민간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활용하되, 공공의 책임과 형평성도 놓치지 않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이런 부동산 공약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몇 가지 기준을 제안해봅니다.
첫째, 내 상황에 맞는지 살펴보세요.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투자가 목적인 사람과 실거주가 목적인 사람에게 같은 정책이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둘째,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영향을 모두 고려하세요. 당장 내게 이익이 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정이나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셋째, 과거의 경험을 참고하세요. 비슷한 정책이 과거에 시행된 적이 있다면, 그 결과는 어땠나요? 역사는 종종 반복되니까요.
부동산 정책은 결국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과도 연결됩니다.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인가,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강조되는 사회인가? 이는 단순한 경제적 선택을 넘어선 가치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총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책이 시행될 때, 그것이 우리의 주거 환경과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부터 차분히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더 많은 집'이 아니라, '더 나은 주거 환경'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정책이 발전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