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달라진 임대차 시장의 현실


월세 인상 걱정하는 아파트 거주자들


"전세금은 그대로인데 월세 20만원만 내주세요." 이런 말, 요즘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들이 자주 듣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 변화가 이제는 우리 주거 현실의 일부가 되었어요. 특히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처럼 인기 있는 지역에서는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가 기본 옵션이 되어가고 있죠. 이런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우리 삶의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화인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세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임대차 시장의 새로운 흐름과 그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균형점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주거비용이 늘어나면서 느끼는 부담감과 그 해결책에 대해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해볼게요.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이유,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갑자기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이 변화는 여러 요인이,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작용한 결과예요. 시작은 2020년 시행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임대차신고제)이었습니다.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법들은, 세입자에게 2년 더 살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했죠. 얼핏 보면 세입자에게 유리한 것 같지만,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반응했어요.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게 되자, 자연스럽게 새로운 방식을 찾게 되었습니다. "전세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를 받자"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죠. 여기에 최근 2년간 급격히 오른 기준금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코로나19 이후 1.25%였던 기준금리는 3.50%까지 올랐고, 집주인들의 대출이자 부담도 함께 커졌어요. 예를 들어, 3억 원 대출을 받은 집주인이라면 연간 이자만 약 1천만 원으로, 전세로는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 된 거죠.

"요즘은 전세 사기 너무 많아서 걱정이에요." 이런 말도 자주 들리는데, 이 역시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특히 빌라나 다세대주택에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오히려 월세가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세입자 입장에서는 큰 목돈을 맡기는 것보다 조금씩 월세를 내는 게 위험 부담이 적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부동산 세금 정책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상쇄하기 위해 수익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나타났어요. 월세는 현금 수입으로 바로 확인되고, 세금 면에서도 전세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더욱 선호되게 된 것이죠.

결국 이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는 점점 줄어들고 월세나 반전세 형태가 늘어나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계약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주거 환경과 경제적 부담에 직결되는 중요한 변화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세입자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 숫자로 보는 현실

전세가 월세로 바뀐다는 말이 처음에는 그저 계약 형태의 변화처럼 들릴 수 있지만, 세입자의 실제 부담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에서 3억 원 전세로 살던 A씨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2년 계약이 만료되어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 30만 원만 내주세요"라고 제안했다고 해봅시다.

언뜻 보면 전세금이 오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2년간 총 72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전세금이 약 7.2% 오른 효과와 비슷한데,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전세금을 5% 이상 올릴 수 없으니 월세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죠. 더 큰 문제는 이 비용이 매달 고정 지출로 나간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전세금만 마련하면 매달 주거비 부담 없이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매달 30만 원이라는 고정 비용이 추가된 셈이에요.

특히 영향을 크게 받는 그룹이 있습니다. 첫째, 젊은 직장인들과 신혼부부들이죠. 이미 높은 생활비와 교육비, 대출 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추가 월세는 큰 부담이 됩니다. "전세도 턱없이 비싸서 어렵고, 월세로 가자니 매달 나가는 돈이 너무 아까워요." 이런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이에요.

둘째, 은퇴자나 고정 수입이 없는 분들도 큰 타격을 받습니다. 목돈은 있지만 월 소득이 적은 이들에게 전세는 이상적인 주거 형태였는데, 갑자기 월세를 내야 한다면 생활 패턴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해요. "저축해놓은 돈으로 전세 살면서 편하게 지내려고 했는데, 이제는 매달 나가는 돈 걱정을 해야 해요." 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셋째, 자영업자나 불규칙한 수입이 있는 분들에게도 월세는 큰 심리적 부담이 됩니다. 매달 일정한 금액이 나가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코로나19 이후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이러한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죠.

그리고 간과하기 쉬운 또 하나의 측면은 심리적 안정감의 상실입니다. 전세는 한번 계약하면 2년간 주거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안정감을 주었지만,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은 끊임없이 주거비에 대한 부담을 상기시킵니다. 이런 심리적 불안감은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매달 월세 나가는 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무거워져요." 이런 경험을 하는 세입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의 입장 이해하기

이런 변화가 단순히 '욕심 많은 집주인'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집주인들도 나름의 어려움과 계산 속에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니까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양쪽의 입장을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집주인 입장에서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 원을 대출받은 경우, 2년 전에는 연간 이자가 약 600만 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1,500만 원 가까이 됩니다. 900만 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전세금을 5%만 올릴 수 있다면, 그 인상분으로는 늘어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임대인들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세금 부담도 커졌습니다. "임대 수익은 별로 늘지 않는데, 세금과 이자는 크게 늘어서 실제로는 손해를 보고 있어요." 이런 이유로 월세로 전환하면서 현금 흐름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 거죠.

전세 제도 자체의 위험성도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시기에는 전세금을 다른 곳에 투자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그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어요. 오히려 전세금을 돌려줄 때가 되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로의 전환이 순전히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특히 임금 상승률이 주거비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월세는 가계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죠. "올해 월급은 3% 올랐는데, 주거비는 10% 이상 늘었어요." 이런 불균형이 계속되면서 주거비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월세로 지출되는 돈은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비용'입니다. 전세금은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월세는 그냥 나가는 돈이니까요. 특히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하려는 세입자들에게는 월세가 그만큼 저축 여력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전세로 살 때는 조금씩이라도 모을 수 있었는데, 월세 내기 시작하니 저축은 꿈도 못 꾸겠어요."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세입자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전세의 월세화 시대, 세입자의 현명한 대응법

이런 변화 속에서 세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상황을 한탄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몇 가지 실용적인 조언을 드려볼게요.

첫째, 계약 방식에 대한 협상의 여지를 찾아보세요. 집주인이 월세를 요구한다면, 보증금을 일부 올려주는 대신 월세를 낮추는 방안을 제안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을 5천만 원 더 올려드릴 테니 월세는 10만 원만 내는 걸로 할 수 있을까요?"라고 협상하는 거죠. 보증금이 늘어나면 집주인 입장에서도 더 안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둘째, 장기계약의 가능성을 타진해보세요. 집주인에게 "4년 계약을 하면 월세 인상률을 좀 낮게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제안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임차인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으니, 조건에 따라 응해줄 가능성이 있어요.

셋째, 필요하다면 주거 환경을 재고해볼 시점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사는 곳이 너무 큰 부담이 된다면, 조금 외곽으로 나가거나 평수를 줄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어요. "역세권에 살던 것을 포기하고 두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이사했더니, 월세가 30만 원이나 줄었어요." 이런 사례처럼,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선택을 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넷째, 주거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하세요. 청년, 신혼부부, 저소득층 등을 위한 다양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전세자금 대출, 월세 지원, 공공임대주택 등의 제도를 찾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혜택을 받는 것도 중요해요. "청년월세 지원사업 덕분에 월 10만 원의 부담을 덜 수 있었어요." 이런 소소한 지원도 모이면 큰 도움이 됩니다.

다섯째, 장기적인 주거 계획을 세워보세요. 당장의 월세 부담도 중요하지만, 5년, 10년 후의 주거 계획은 어떻게 될지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내 집 마련이 목표라면, 월세로 인해 저축 여력이 줄어드는 것을 어떻게 극복할지, 아니면 임대주택을 장기적 대안으로 볼지 등을 미리 계획해두는 것이 좋아요.

여섯째, 공동체 주거 같은 대안적 방식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최근에는 셰어하우스나 코리빙(co-living) 같은 형태의 주거 방식이 늘고 있어요. "친구들과 함께 큰 집을 월세로 얻어 나눠 쓰니, 혼자 살 때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외롭지도 않아요." 이런 식으로 비용을 분담하면서 더 나은 주거 환경을 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변화하는 주거 환경 속에서 희망 찾기

전세의 월세화는 단순한 임대차 계약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예전에는 '내 집 마련'이 궁극적인 목표였다면, 이제는 '합리적인 주거 비용으로 안정적인 공간 확보하기'가 더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가고 있어요. 이런 변화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임대차 시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공정한 정책이 필요해요. 전세 시장을 유지하면서도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 예를 들어 월세 세액공제 확대나 전세 자금 지원 강화 같은 정책이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주거 모델도 확산될 필요가 있어요. 공공임대주택, 사회주택, 협동조합주택 등 여러 대안적 주거 방식이 활성화된다면, 전통적인 전월세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청년주택에 입주하게 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이런 사례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사회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거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라는 인식의 확산입니다. 적정한 주거비로 안정적인 공간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요. 이런 가치관이 사회 전반에 퍼질 때, 전세의 월세화 같은 변화 속에서도 더 균형 잡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변화는 언제나 불안함을 가져오지만, 그 속에서도 적응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현실이 당장은 부담스럽고 걱정되지만, 이것이 우리 주거 문화 전체를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대화하며, 모두에게 공정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삶의 터전, 그 '집'이라는 소중한 공간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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