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의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와 한국부동산원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상위 20% 고가 아파트와 하위 20% 저가 아파트 간 평균 매매가격 차이는 1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30% 이상 벌어진 수치다. 특히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강남으로 쏠리면서 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강남권 중심의 수요 집중과 가격 격차 확대
서울 아파트 가격 격차 심화의 중심에는 강남권이 있다. 2024년 말부터 이어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인해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시장에 유입되며, 강남권 고가 아파트 가격은 빠르게 반등했다. 대표적으로 강남구 도곡동, 압구정동, 서초구 반포동 등지에서는 고가 재건축 단지의 실거래가가 수억 원씩 상승했고, 이와 동시에 서울 외곽의 저가 아파트는 매매가 정체 내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가 아파트 수요 증가의 또 다른 배경은 고금리 기조 완화와 함께 투자 안정성을 중시하는 수요층의 증가다. 특히 자산가 중심의 실수요자들은 ‘똘똘한 한 채’ 전략을 통해 재산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학군, 교통, 브랜드가 결합된 고가 아파트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반 수요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며 서울 전역의 양극화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고가 아파트 상승 원인과 정책 환경의 변화
고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한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환경 변화도 있다. 2024년 이후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재건축 규제 완화,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이 발표되면서 고급 주택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개발 이슈와 규제 해제 효과가 맞물려 매물 희소성이 부각되며 거래가 활발해졌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약 9억 3000만 원 수준인 반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17억 원을 넘겼다. 반면, 하위 20% 아파트는 4억 원대 초반으로, 격차는 약 13억 원에 이르고 있다. 저가 아파트는 공급이 늘어나고 있으나 입지, 인프라, 브랜드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며 상대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주택 시장의 양극화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가 단기적 흐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착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한다. 특히 ‘한 채만 보유하더라도 가치가 높은 지역에 집중한다’는 현상이 강화되면서, 실거주 목적의 중저가 아파트는 시장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는 서울 시민의 주거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회 전반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청년·신혼부부 특별공급 강화 등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고가 주택에 쏠리는 자금 흐름을 분산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공급 지역의 다양화, 민간과 공공의 협력 강화, 중저가 주택의 질적 향상 같은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가격 격차에 따른 주거 불균형이 심화되지 않도록 금융·세제·공급 정책의 정교한 조율이 요구된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양극화 해소와 함께 실수요자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주택 공급 여건 조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